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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4>플로리다 악어의 수난은 ‘현재진행형’ 2022-05-14 20:22
【에코저널=플로리다 멜번】플로리다주는 일조량이 많고 습도가 높아 대형 파충류들이 살기 좋은 기후 여건이다. 습지가 잘 발달돼 있고, 크고 작은 호수도 매우 많아 최상의 조건을 갖춘 악어 서식지로 꼽힌다.

한국시간 5월 14일 낮 1시, 화창한 날씨 속에 찾은 플로리다 비에라(Viera)에 위치한 ‘리치 그리섬 메모리얼 습지(Ritch Grissom Memorial Wetlands)’.

▲ 플로리다 비에라 습지에서 목격한 악어.

습지 내부를 향해 걷기 시작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물 가 수풀 속에서 앨리게이터(Alligator)를 만났다. 길이 3∼4m 정도의 성체 악어가 미동도 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겼다.

악어의 천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일부 수컷은 공격성이 상당히 강해 근처에 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습지 곳곳에 적혀 있어 근접 촬영은 어려웠다. 악어는 30분 가까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물 속으로 사라졌다.

악어는 습지에 서식하는 조류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들을 사냥한다. 먹이가 부족해지고, 사냥터가 인간들의 영역과 겹치면서 간혹 소와 말 염소 등의 가축들도 사냥한다. 사람과 가축에게 위협을 가하는 야생악어는 대부분 안락사 처리된다.

습지에 산책 나온 주민은 “지난 2016년, 올랜도 디즈니 리조트 앞 호수에서 두 살 남자아이가 악어에 물려 사라진 뒤 16시간 뒤 시신이 발견됐다”며 “디즈니월드는 2016년부터 플로리다주 어업야생보존위원회(FWC)와 협력해 민간 사냥꾼과 직접 계약을 맺고 악어 퇴치에 나서 작년까지 공원 내 악어 약 250마리를 포획, 대부분이 안락사 처리됐다”고 말했다.

▲‘리치 그리섬 메모리얼 습지’.

‘리치 그리섬 메모리얼 습지’가 위치한 멜번(Melbourne)의 비에라(Viera)는 최근에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이다. 민간주도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많은 습지가 매립됐다. 악어들의 서식처가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멜번도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규모 개발압력이 거세게 일었다. 습지를 매운 자리에는 주택과 생활편의 시설들이 대거 지어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일부 습지에 주정부와 멜번 등 지자체에서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악어들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악어가 사람에게 먹이를 받아먹는데 익숙해지면 사람을 먹이의 출처로 인식, 공격성을 드러낼 가능성도 커진다.

테마파크와 리조트, 골프장 등에는 아직도 악어들이 자주 출몰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만 ‘디즈니 월드(Disney World)’,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씨월드(SeaWorld)’ 등 규모가 큰 테마파크가 꽤 있다. 이들 시설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습지가 사라졌다. 갈 길 잃은 악어들이 골프장에 해저드 삼아 조성된 늪지대와 리조트 인공호수에 출몰하면서 인간과 충돌하게 되는 이유다.

악어 서식처 파괴는 먹이 부족으로 이어진다. 성체 수컷 악어가 어린 악어를 잡아먹는 ‘동족포식’도 목격된다.

과거 남획으로 인해 악어가 멸종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때문에 꾸준히 위협을 받고 있다. 남부 플로리다에선 아메리카악어의 사망 원인 1위가 ‘로드킬’이고, ‘불법사냥’이 뒤를 잇는다.

▲‘리치 그리섬 메모리얼 습지’ 안내판

악어의 최대 수명은 70~100살로 추정되는데, 그렇게까지 오래 사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60~70살 즈음에 자연사한다. 자연사하는 악어들보다 인간이 죽이는 악어의 숫자가 훨씬 많다고 한다.

현재 플로리다주에는 약 130만 마리의 악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WC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만7천 건의 악어 관련 민원이 접수됐으며, 매년 8천 마리 이상이 포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야생악어를 최대한 가까이에서 촬영하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정성 미주 순회특파원>

이정성 기자 jungsung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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